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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연구비 예산 폐지에 대한 교수회 2차 성명

등록일 2019-02-15 작성자 교수회관리자 조회수 3736


교내연구비 예산 폐지에 대한 교수회 2차 성명

 

  얼마 전 교수회는 본부의 교내연구비 예산 폐지 조치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본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새해 예산안을 원안대로 이사회에 상정하여 통과시키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나온 기획처장의 해명은 구성원들을 납득시키기는커녕 우려와 의혹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에 본 교수회는 다시 한번 본부의 무책임하고 폭력적인 행정을 규탄하며, 연구비 예산의 원상복구를 포함한 본부의 행정쇄신 조치를 엄중하게 요구하는 바이다.
  우선 본부는 연구비 폐지의 근거로 ‘균형예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과연 무엇이 균형예산인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논리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수입과 지출을 무조건 같게 하는 것이 균형인지, 아니면 필수적인 사업을 위해서는 다소간의 수지불균등을 인정하는 것이 균형인지는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백보를 양보하여 균형예산이 그만큼 중요한 가치라면 그 균형을 어떻게 이루어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계획하고 구성원들과 소통하면서 준비해왔어야 마땅하다. 그동안 본 교수회는 예산 감축시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구성원과 합의를 통해 추진할 것을 입이 닳도록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최근까지 전혀 딴 소리를 하고 있다가 느닷없이 균형예산을 하겠다고 대학의 핵심적인 경쟁력을 훼손시키는 조치를 들고 나오는 것은 본부 스스로 무능과 무소신을 드러내는 것 밖에 안되며, 과연 그렇게 만들어진 균형예산이 대학의 유지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기획처장은 해명 글에서 입학 경쟁력을 위한 기숙사 건립은 가장 중요한 사업이기에 균형예산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지만 연구비 지원은 그렇지 못하다는 입장을 피력하였다. 과연 그러한가? 기숙사 건립이 입학 경쟁률을 얼마나 끌어올릴지는 미지수이다. 그럴 가능성은 있지만 어디까지나 개연적일 뿐, 수치적으로 확증된 것이 아니다. 반면에 교내연구비 폐지가 가져올 연구성과의 하향화는 명약관화하다. 기숙사 건립이 연구지원보다 우선시되어야 할 사업이라는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입학경쟁력은 균형예산보다 중요하고, 연구경쟁력의 가치는 균형예산에 미달한다는 논리는 어디서 나온 발상인지 납득할 수 없다.
  기획처장은 상반기에 살림을 잘 살면 하반기에 연구비 지원 예산을 추경에 반영할 수도 있다는 애매한 논리로 반발을 무마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재정이 당장 나아질 전망도 없는데다가 당장 교내연구과제 신청이 4월에 있는데 연구과제 신청을 받는다는 것인지, 연구과제 신청만 받고 나서 연구비 지원은 안할 수도 있다는 것인지 온통 혼란스럽기만 하다. 연구비 지원을 할 것이지 말 것인지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는 한, 이러한 약속은 기만에 불과하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본부가 아무리 연구는 돈 없이도 할 수 있다고 강변해봤자 연구비 지원 없이는 대학 전체의 연구 성과가 현저히 낮아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대학의 핵심적인 경쟁력은 누가 뭐래도 연구와 교육임을 감안할 때, 연구비 폐지는 단순히 고통분담의 차원을 넘어서 대학의 생명줄을 끊는 자해행위이다. 연구경쟁력의 훼손에 대한 본부의 생각은 너무도 안이하고 무책임한 것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의 많은 지방 사학들이 그러하듯 우리 대학도 위기의 국면을 맞고 있다. 구성원들은 이러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그동안에도 고통분담에 묵묵히 동참해왔으며 앞으로도 불가피하다면 어느 정도의 희생을 기꺼이 감수할 각오도 하고 있다. 그러나 본부는 이러한 구성원들의 의지를 값싼 것으로 전락시켜서는 안된다. 구성원들의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대학의 생존과 발전을 이루어나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합리적이고도 주도면밀한 계획과 구성원들과의 소통과 합의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본부의 행보는 이와는 너무도 동떨어져 보인다. 계속되는 말바꾸기와 소통부재로 준비 안된 본부, 신뢰성 없는 본부의 모습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다. 불과 얼마 전에 전체 교수에게 발표한 내용을 뒤집어 버리는가 하면, 평의원회 허위 보고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도 험난한 고비를 수 없이 넘어야 하는데 이러한 모습으로 구성원들을 이끌고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기획처장이 아니라 대학을 책임지고 있는 총장이 나서서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한 사과와 해명을 하고, 연구 경쟁력 확보를 비롯한 대학 발전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다. 구성원들을 설득할 것은 설득하고 합의할 것은 합의하되, 일단 합의된 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지키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본 교수회는 전체 교수들의 대표 기구로서 본부의 행보를 똑똑히 지켜보고, 앞으로 필요한 모든 조치를 불사할 것이다. 

 

2019년 1월 25일
대구대학교 교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