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노조
대학교수노조
이 승 협 교수(사회학과)
2018년 8월 헌법재판소는 대학교원의 단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렸고, 2년에 가까운 긴 시간이 지난 2020년 5월 20일 국회 환노위에서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교원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이제 교수도 합법적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는 권리, 더 나아가 헌법에 명문화된 결사의 자유라는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교수노조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 20세기 시민권의 본질적 내용에 해당되는 결사의 자유가 교수들에게 적용된다는 측면에서 두 손을 들어 환영할 일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2020년 5월 20일 통과된 개정 교원노조법의 내용은 아무리 그래도 명색이 국회의원인 사람들이 논의한 결과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무지하고 몰염치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교원의 단결권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방안들이 논의되고 제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내용들이 모두 무시되고 기존 교원노조법에 몇 가지 조항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교원노조법 개정안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정 교원노조법은 요약하면, 교수노조의 결성은 허락하나 실질적인 활동은 사실상 부정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첫 번째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일치 판결에 따라 교원노조법 2조 3호에 교원노조법의 적용대상에 고등교육법 상의 교원을 포함시켰다. 그런데 문장이 끝나기도 전에 바로 “강사는 제외한다”는 단서조항이 붙어 있다. 헌법 상의 기본권인 결사의 자유는 국가의 법률에 의해 방해받을 수 없는 기본권적 권리이다. 특정 집단에 대해 모든 인간에게 부여된 존엄한 권리이자 천부인권인 기본권의 행사를 박탈하는 규정은 그 자체로 반인권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 문제는 제3조이다. 교원노조법 3조는 “교원의 노동조합은 어떠한 정치활동도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간 공무원 및 교원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존재했지만, 대학교수는 자유로운 정치활동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개정 교원노조법을 통해 교수에게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를 부여하고, 바로 다시 교수노동조합에게는 정치활동의 자유를 박탈하는 이중성을 보여주고 있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공무원의 정치활동에 대해서는 정치적 중립의 원칙에 따라 제한을 두지만, 공무원노조의 정치활동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약을 두지 않는다. 그런데 K-방역, K-5G, K-보건의료, K-국방 등 한국적 특성의 세계표준화를 자랑하는 소위 민주정부가 K-노사관계에 대해서는 이렇게 무지하고 야만적일 수가 있을까?
또 다른 교묘한 장난질이 제4조에도 숨겨져 있다. 제4조 2호는 “제2조제3호에 따른 교원은 개별학교 단위, 시도 단위 또는 전국 단위로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존의 교원노조법에서는 교원노조의 설립단위를 광역시도 및 전국단위로 규정한 반면, 특별히 교수노조에 대해서는 개별학교 단위로도 노조를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노조의 설립단위는 노동조합의 가입대상 규정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법률로 강제할 사항이 아니다. 노동조합이란 국가가 보호하는 자발적 결사체이다. 자발적 결사체란 보호는 받지만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조직적 의사결정을 하는 단체를 말한다. 유럽의 어느 국가를 보더라도 국가가 법률로서 노동조합의 가입대상을 규정하는 나라는 없다. 국제노동기구가 우리나라에게 국제노동기준의 핵심조약을 비준하라고 시정권고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제 말하기가 귀찮을 정도이다. 제4조 3호에는 노동조합의 설립 시 “설립신고서”를 제출하도록 되어있다. 자발적 결사체에 신고제를 적용하는 것은 동창회 모임 전에 경찰서에 신고하라는 얘기와 마찬가지이다. 80년대 권위주의 독재 시절에서나 존재할 듯한 악법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설립신고제는 설립등록제로 바뀌어야 한다. 정부는 노동조합을 관리할 수는 있지만 통제해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원노조법 개정안에는 마치 삼성전자가 노동조합을 보는 시대착오적인 조항들이 가득하다.
제6조 2호에서는 단체교섭의 교섭위원을 해당 노동조합의 대표자와 그 조합원으로 한정하고 있다. 기업별노조주의라는 노조통제적 관점에서 상급연맹이나 총연맹과의 노조간 연대를 막기 위한 조항으로 보인다. 제6조 6호에서 규정된 교섭창구 단일화제도 역시 오래 전부터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왜냐면, 제6조 6호 규정에 따라 사용자는 복수노조가 존재할 경우에 복수노조에게 교섭창구 단일화를 요구할 수 있고, 복수노조 사이에서 교섭창구가 단일화되지 않으면 교섭에 응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물론 법규정은 이렇게 노골적으로 표현되어 있지 않다. 사용자는 “이 경우 교섭창구가 단일화된 때에는 교섭에 응하여야 한다” 되어 있다. 친사용자노조를 조직해서 교섭창구 단일화가 이루어지지 않게 하면, 단체교섭의 공포로서부터 사용자는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부문과 공공부문 모두에서 이 조항을 악용한 무수히 많은 사례들이 존재한다.
개정 교원노조법 전체 15개 조항 중에서 단지 6개 조항만을 잠깐 살펴봤을 뿐인데도 이와 같이 엉터리 규정들로 채워져 있어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정부가 국제노동기구의 핵심협약에 대한 비준에는 눈을 감고 있다, 개정 교원노조법은 마치 모든 사람을 소크라테스로 만들려는 위대한 K-기획에서 탄생한 악마의 선물인 것처럼 보인다. 악법도 법인가? 개정 교원노조법은 노조금지법으로 이름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