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지표 관리’ 교육을 넘어, 연구 및 교육의 내실화를 향해

등록일 2019-09-17 작성자 교수회관리자 조회수 3886

‘지표 관리‘ 교육을 넘어, 연구 및 교육의 내실화를 향해

 

윤 관 희 교수(영어영문학과)

   

재정절벽, 거래절벽은 가슴에 잘 와 닿지 않지만 인구절벽, 학령인구절벽은 영화 <어벤저스>에 등장하는 악당 타노스가 반지를 한 번 튀기지도 않았는데도 어느새 대한민국의 사립대학의 정문의 턱밑까지 다가온 느낌이다. 이 절벽 앞에 선 대구대학교의 미래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그렇다고 위기 상황에 놓인 모든 사립대학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위기에 대처하는 대학 구성원의 태도에 따라 위기가 생존과 발전의 기회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기 극복 능력은 막연한 불안감과 근거 없는 낙관론을 모두 배제하고 현실을 냉철하게 진단하는 데서 나오지 않을까?

 

사실 더 중대한 위기는 대학관계자들 중심의 대학 존립 여부보다 학생들이 누려야 할 합당한 전공 및 소양 교육권이 침해당하는 현실이라 생각된다. 이 부분에서 대구대학교가 나름대로 역할을 해야 지역민들의 교육 수요 만족도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수년간 대구대학교는 교육부가 무분별하게 던진 재정지원 사업에 사활을 걸었고 소기의 성과를 낸 적도 있었고 지역에서 인지도를 높인 시점도 있었다. 그러나 사업 수행의 형식적 수행에 치우친 이후의 결과를 냉철히 돌아본다면, 대학 경쟁력의 기본인 연구과 교육의 성장을 담보했는지에 대해서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더 큰 문제는 대구대학교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학교 외부인들이 물을 경우, 명확히 제시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고 본다.

 

위기를 극복하고 생존을 넘어 지속가능한 대구대학교가 되기 위해서, 학생의 취업 경쟁력 또는 대학의 연구 및 교육 경쟁력은 필수적이다. 학교의 생존과 발전의 토대인 교육, 연구, 및 취업 경쟁력은 대학의 정체성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된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대구대학교의 현 상황을 돌아보고 발전의 가능성을 모색해 보면 어떨까?

 

대구대학교는 취업중심대학인가, ‘산학협력대학인가, ‘교육중심대학인가, ‘연구중심대학인가? 현재 학교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이것을 먼저 정립하지 않고서는 코앞으로 다가온 인구절벽, 재정절벽, 취업절벽, 연구절벽의 위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고 본다. 교육과 연구의 내실화라는 소프트파워의 제고를 제쳐두고, 하드웨어적인 균형예산맞추기에만 급급하거나 발전의 초석을 외부 요인, 가령 지하철 연장또는 공영형 사립대학에서만 기약 없이 찾는다면 눈앞에 닥친 신입생 모집과 재학생 중도탈락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지난 수년간 이 문제를 놓고 학내 구성원들이 진지하게 논의한 적이 거의 없다는 점이 놀라울 뿐이다. 교육부 지원 사업 수주와 결과보고서 작성에 매몰된 채, 대학 행정 당국은 한편에서 교육 개혁을 성취했다고 외쳤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대구대학교 학생들은 부실 교육 수업, 가령 오리엔테이션 주간 수업, 보강, 보강기간 기말고사 준수, 장기간의 대학원 수업 보강 문제등의 민원을 제기하며, 지표 관리 통계에 잘 잡히지 않지만 교육 부실화에 지대한 공헌을 하는 관행들에 파묻혀버렸다는 점이 뼈아프다.

 

취업중심대학을 표방한다면 교육과정을 취업에 도움이 되고 산학협력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중심대학이라면 교육과정의 정비와 수업의 내실화에 중점을 둘 것이다. ‘연구중심대학이라면 우수한 대학원생 모집과 연구를 장려하는 인센티브 정책을 펼 것이다. 대구대학교 모든 학과가 한 방향으로 갈 수도 있고, 특정 단과 대학이 특정 모델을 선택할 수도 있고, 혹은 대구대학교가 중점적으로 육성할 잠재력 있는 특정 학과들만 선택과 집중의 원리를 채택함으로써 특정한 모델을 따르고 나머지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모델도 있을 것이다. 물론 선택적 모델(eclectic model)이 아니라, 연구와 교육의 통합적 모델(integrated model)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령 교수 개개인의 연구와 대학원의 연구력을 장려함으로써, 대학원생의 취업률을 높이고 동시에 학부생의 대학원 진학을 장려함으로써 학부생의 취업률을 긍정적으로 조절하고 취업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학부 커리큘럼을 강제함으로써 연구와 교육의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요컨대 위기 극복을 위해 대구대학교 구성원들은 수업시수 상한, 상담 강화, 중도탈락률 방지제도 등을 포함한 노력과 희생을 기꺼이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까? 그런 노력을 쏟을만한 비전과 발전에 대한 확실한 제시가 선행되는 한 말이다. 대구대학교의 정체성에 대한 구성원의 활발한 논의가 추후 학교의 모든 정책 수립과 이행의 초석을 제시하는 불씨가 되어 대구대학교의 발전을 추동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