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업시간에 학생에게 말 걸고 싶다
나는 수업시간에 학생에게 말 걸고 싶다
윤 민 화 교수(산업복지학과)
“교수님의 열정에 속지 마세요” 교원 첫해, 녹화된 수업 영상을 보고 자문해주신 교수님의 첫마디였다. 이러저러한 칭찬의 말도 있었지만, 아직도 내게 머물고 있는 말은 이 한마디이다. ‘열정’이라는 말, 학생들이 내게 가장 많이 해준 말이었다. 나에게 ‘열정’이라는 말은 칭찬의 말이었고, 더 그리되고 싶은 지향의 말이었다. 그런 열정에 속지 말라니, 이것은 무엇인가? 우렁찬 목소리, 큰 손동작, 힘이 잔뜩 들어간 눈... 영상 속 나의 모습이었다. 학생들은 집중하고 있으나 고요했고, 나는 홀로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교수님은 말을 걸지 않네요” 더해지는 자문 교수님의 말씀. 그 말이 무엇인지, 단박에 이해가 되었다. 교수(Teaching)만 있고 학생(Learning)은 보이지 않은, 강의는 하나 (학생들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말은 건네지 않은 수업, 잊히지 않은 샷이다.
그 일로 인해, 그 날로, 나에게 ‘학생에게 말 걸기’는 수업의 화두가 되었다. 몇 해 품었기에 모자라지만 딱 그만큼의 답이 내게 다가왔다. ‘말을 건넨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궁금한 게 있다는 것, 원하고 기대하는 게 있다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었다. 내가 전한 내용을 어디까지 알았을까? 이해되지 않거나 모르는 것은 얼마나 될까? 남이 한 말 말고 너라면 이것을 어떻게 정리할까? 너의 생각이 궁금하다. 너의 생각이 있었으면 좋겠다. 너의 생각을 다른 학생들에게 표현하고, 아 이렇게 생각이 같구나, 아 이렇게 생각이 다르구나, 그래서 생각이 성장했으면 좋겠다.
‘학생에게 말 걸기’라는 화두는 내가 원하는 수업의 모습과 학생들에게 대한 나의 기대가 고스란히 포개진 질문이었다. 아직 흐릿하고 불완전한 모습이지만, 나는 분명 지금 여기서 학생들과 만들어가고 싶은 수업의 모습이 있다. 습득(知)이 있고, 생각(思)이 있고, 소통(通)이 있는 수업, 그것이다. 한 학기에 한 과목은 이 모습을 보완하려고 애쓰고 있다. 애쓴 결과가 수업에서 어느 정도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학생들에게 묻고, 말을 건다.
첫째, 습득(知), 학생들은 꼭 알아야 내용을 알았을까? 둘째, 생각(思), 학생들은 이 개념(문제, 사안..)을 어떻게 생각할까? 셋째, 소통(通),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나누고 있나? 생각이 성장했을까? 이처럼, 나에게 ‘학생에게 말 걸기’는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것이자, 학생들에게 기대하는 것을 촉진하는 도구이자, 확인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교수가 생각하는 교과목 목표 말고, 학생들의 수업 목표는 무엇일까? 궁금하다. 첫 수업 시간, 강의계획서에 수강생의 교과목 목표를 빈칸으로 두어, 교과목 오리엔테이션 후 학생 자신의 수업 목표를 기록하게 한다. 꼭 알아야 할 내용을 습득해야 하는 경우, 자신이 얼마나 알고 이해했는지 스스로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교안을 워크북 형태로 구성해 내용을 직접 적거나 수업 중간중간에 자문자답 형태로 정리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기초 개념이지만 학생 스스로 자신의 개념 정리가 필요한 중요 개념(예를 들어, 공동체, 권리, 인간 존엄...)에 대해서는 오픈 채팅방과 같은 학생들에게 익숙한 매체를 활용하여 아주 짧고 간단한 질문을 던져보기도 한다. LMS 투표(찬반), 설문조사 등을 활용하여 학생의 생각을 이렇게 저렇게 알아보기도 한다. 때때로 개인 과제물을 활용하여, 개인의 생각을 서로 나누면서 생각이 발전할 수 있도록 팀 토의 시간을 갖고, 확장된 팀의 생각을 전체 학생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한 학기 수업을 자신의 감흥과 언어로 마무리하는 기회를 갖기도 한다. 이를테면 한 학기 수업에 대한 시나 에세이를 작성해 낭독하는 시간을 갖는다. 한 학기 동안 학생 각자가 경험한 핵심 감성과 배움이 무엇이었는지 엿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저렇게 노력은 하지만 여전히 나의 말 거는 방식은 서툴고, 왜 자꾸 말을 걸까, 귀찮아하기도 하고, 침묵하는 학생도 많다. 그럼에도 계속 말을 걸어 볼 것이다. 여전히 나는 학생에게 원하는 바가 있고, 기대하는 바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