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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효율적인 학과 실험실에 대한 공간채산제 운영을 바란다

등록일 2019-06-17 작성자 교수회관리자 조회수 4133

보다 효율적인 학과 실험실에 대한 공간채산제 운영을 바란다

 

서 병 부 교수(동물자원학과)

 

  20191학기 수업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기말시험만 남았다. 교수님들이 열과 성을 다하여 수업하고, 실험하고, 연구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학교의 경쟁력을 높이고 학교발전에 기여하는 일이다. 대학본부가 추진하는 여러 정책적 노력도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 궁극적으로 학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제도는 합리적이고 타당하게 운영되어야 하는데 공간채산제는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어 몇 가지 문제제기를 하고자 한다.

 

  먼저, 본부가 추진한 공간채산제는 지속적인 공간 관리 비용 증가, 지속적 추가 공간의 요구, 공간 사용 불균형 심화 등을 이유로 20193월부터 실시하고 있으나(대구대학교 공간관리규정, 2017.08.01.) 단과대학별 교육여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문제를 들 수 있다. ,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간 실험실 운영 및 공간 확보의 중요성 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본부가 제시한 공간비용채산제 비용 계획을 보면 201912,000(), 202024,000(), 202136,000()으로 되어 있는데 이럴 경우, 일부 학과는 배정된 실험실습비를 거의 학교에 반납함으로써 실험실 유지만 하고 실험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니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하여 일부 학과들은 연구에 필요한 실험(), 실험()준비실 등을 반납하고 있는 실정이며 그 결과는 미흡한 연구성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둘째, 학생들의 교육의 질 저하와 교육성과 하향 등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위의 이유로 인해 실험(), 실험()준비실 등을 반납하거나 실험실습비를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학생들의 실습 및 실험 등 교육의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으며 학생들의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교육의 질 저하는 교육성과(재학생 유지, 졸업, 취업 등)의 하향을 가져올 수밖에 없으며 궁극적으로 학교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이어질 수 있는 점에서 심각하다.

 

  셋째, 본부가 추진하는 다른 정책과의 충돌이 발생하는 문제를 들 수 있다. 입학처는 양질의 입학자원 확보와 입학 경쟁력 제고를 위하여 DU 캠퍼스 체험을 하는 고등학생이 실험 또는 실습 위주의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도록 운영해 달라고 요청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학과들은 그런 대규모 실험()실이 없어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자연계열의 모 학과의 경우, 고등학생 30명을 수용할 실험실이 없어 프로그램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 이러한 정책적 충돌을 방지하거나 최소화시킬 수 있는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본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간채산제의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제기해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하여 세 가지 정도의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공간채산제 운영에 학과별 특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인문계열의 학과들보다는 자연계열이나 조형예술대의 공간 수요가 많다는 점에서 학과별 특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실험실습비는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조성된다는 점에서 학생들은 최소한의 실험과 실습을 보장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전공과 학과의 특성을 반영한 공간, 실험실습비의 합리적 재배정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공간채산제의 도입과 운영에 앞서 대학이 추구하는 가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학이란 곳은 효율성만을 따지는 곳이 아니다. , 교육은 금전 이상의 가치를 지향해야 하고 비용 때문에 상위의 가치를 포기하거나 훼손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공간의 효율적 사용을 통한 비용 절감의 가치보다 교육의 질을 높이고 진리탐구의 성과를 높이려는 가치를 더 우선해야 할 것이다.

 

  셋째, 학교 공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공간운영 중장기 종합 운영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공간운영의 중장기적 목표 설정, 공간운영의 현황파악, 공간채산제를 통한 불필요한 공간 반납, 반납되는 공간의 활용계획 수립, 필요로 하는 학과나 기관에 재배정 등이 포함된 그리고 구성원이 동의하는 계획수립이 필요할 것이다.

 

  공간채산제를 도입하려는 본부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 공간(건물)의 효율적 활용문제, 관리비용의 문제 등 당면한 문제의 해결이 시급함도 동의할 수 있다. 다만, 비용이나 효율 문제에 너무 천착(穿鑿)하여 교육과 연구, 진리탐구라는 더 상위의 가치를 훼손하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