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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과 교권 보호

등록일 2018-09-14 작성자 교수회관리자 조회수 4162

‘미투’ 운동과 교권 보호

 

이정복 (교수회 부의장, 교권특별위원장)


  연초부터 불기 시작한 ‘미투’ 운동의 강력한 바람 속에서 우리 대학에도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미투’(Me Too) 운동이란 성폭력 피해자들이 SNS를 통해 자신의 피해 경험을 잇달아 고발하는 움직임을 가리킵니다. 그것은 특히 권력형 성범죄와 관련성이 높은데, 권력형 성범죄란 직장, 군대, 교회, 학교 등에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저지르는 힘 있는 사람들의 ‘갑질’ 성폭력입니다.

 

  우리 대학에서는 지난 3월부터 홈페이지에 ‘성희롱, 성폭력 특별신고센터’를 설치했습니다. 여기서 접수된 민원은 일차적으로 고충처리위원회에서 사실 확인과 구체적 조사 활동을 진행하여 사건의 경중에 따라 자체적으로 해결하기도 하고 인사위원회에 징계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저는 교권 보호 차원의 교수회 추천 위원으로서 참여하고 있는데, 고충위에는 성폭력 문제 외에도 구성원들이 겪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함께 다루어집니다. 지난 학기 고충위에서 다룬 민원 가운데 학생들 사이의 문제 1건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교수와 학생 사이의 문제로, 학생들이 제기한 민원이었습니다.

 

  학생들의 민원을 접하며, 무엇보다 우리 교수들이 인권 감수성 면에서 먼저 자성하고, 언어 사용과 행동에서 앞으로 더욱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습관적, 무의식적으로 학생들에게 상처를 주고 아프게 한 일은 없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친밀감의 표현으로, 재미있는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나온 교수의 행동과 말도 학생들에게는 불쾌감과 괴로움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심하게는 학업 중단이나 삶을 뒤흔드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교수로부터 좋은 성적과 취업 추천을 받아야 하는 학생들은 자신이 느끼는 피해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거나 명확하게 항변할 수 없는 약자입니다. 교수들이 학생에게 한 언행에 문제가 있나 없나를 판단하는 기준의 하나로 저는 ‘그것이 교수에게 학생이 먼저 할 수 있는 언행인지’를 제시하고 싶습니다. 교수와 학생은 교육자와 피교육자라는 위계 관계를 떠나 인격적으로 대등한 독립적 존재임을 한시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런데 민원 처리 과정에서 대학본부에도 몇 가지 요구 겸 부탁을 하고 있습니다. 교수에 대한 학생들의 민원과 관련하여 사실 확인을 좀 더 철저히 하고, 그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를 충실히 제시하여 어느 쪽도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잘못한 것에 상응한 처벌은 필요하지만 본보기 차원에서 또는 민원 제기자의 반발을 의식해서 그 이상으로 처벌하려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또 신분상의 징계 조치와 별도로 수업을 배제하는 일은 심각한 교권 침해가 될 수 있으므로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할 필요성이 있을 때로 한정해야 합니다. 필요성과 효과가 없음에도 규정에 없는 징벌로서의 자의적 수업 배제 조치가 있다면 교권 보호 차원에서 교수회는 단호히 반대할 것입니다. 고충위 운영에도 개선할 부분이 보였습니다. 위원 명단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교수회와 노조 추천 위원을 제외하면 모두 보직자로 구성됩니다. 심의 과정에서 교수들의 생각과 동떨어진 본부의 입장과 결정이 그대로 관철되기 쉬운 구조입니다. 위원회 구성에서 일반 교수들의 참여 확대가 필요합니다.

 

  방학과 극강의 무더위로 대학 교정이 한동안 한산했지만 9월 새 학기를 맞아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여러 교수님, 시원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과 함께, 학생들과의 진지하고 조화로운 소통 속에서 힘차고 즐겁게 한 학기 시작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