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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개 대학 폐교?

등록일 2018-08-17 작성자 교수회관리자 조회수 4221

38개 대학 폐교?

     

소영진(도시행정학과)

     

 최근 교육부는 국회 업무보고에서 2021학년도에는 대학 정원이 학생 수보다 5만6000명이 많아지므로 그때까지 38개 대학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통계를 내어 놓아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물론 즉각적인 오류 지적과 반발로 “예산과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것을 설득하기 위한 자료로, 38개를 폐교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한 발 빼기는 했지만 이러한 해프닝을 통해 교육부가 가지고 있는 생각의 단면을 엿볼 수 있어서 씁쓸하다. 

     

 즉 고등교육은 지켜야 할 소중한 공적 자산이 아니라 시장 논리에 의해 결정되어야 할 사적 서비스라는 신자유주의적 사고방식이 그것이다. 일정 비율의 정원 감축을 통해 모두가 살아 남기보다는 시장의 필요에 부응하지 못하는, 소위 ‘경쟁력 없는 대학’은 마땅히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소위 대학의 ‘경쟁력’이라는 것이 소재지에 의해 결정되고, 학벌주의에 의해 재단되는 이 사회의 병폐는 문제로 인식되지도 않는다. 무의미한 과열경쟁으로 인한 개인적·사회적 손실, 사회적 양극화와 지방의 몰락, 시대착오적인 과밀 학급으로 인한 대학교육의 질적 저하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 역시 고려할 바가 아니다. 

     

 이에 대해 일부 논자들은 학령인구가 감소되는 지금이야말로 오히려 고등교육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호기라고 이야기 한다. 즉 그동안 양적으로만 지나치게 팽창하여 질을 담보하지 못하던 고등교육을 적정 규모의 학생 수로 축소시켜 보다 알 찬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논리에는 두 가지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첫째, 학생 수 축소로 인하여 줄어든 재정을 어떻게 충당하여야 할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는 그동안 다른 나라들에 비해 터무니 없이 작은 국가의 고등교육 지원 재정을 늘림으로써 충당해야 한다는 것이 답이다. 최근에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고등교육 재정교부금법이나 공영형 사립대학 정책 등이 그러한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 확대를 반영한 정책들이다. 

     

 둘째는 모든 대학에 대한 일률적 재정 지원 확대는 그야말로 부실한 대학을 연명시키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전락하는 것 아닌가? 이 부분은 그동안 교육부가 대학 교육의 질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데 대한 철저한 반성과 더불어 앞으로 충실히 수행해야 할 과제다. 선진국 대학처럼 질 높은 교원의 확충과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는 물리적, 제도적 여건만 주어진다면 교육의 질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동안 무수한 재단주들이 대학이라는 점포를 차려놓고서 교육재정을 빼돌리고, 연구와 학문의 자유를 짓밟으며 교육보다는 장사에 열을 올리는 현상을 알면서도 방치해온 것이 교육부 아니었던가? 겉치레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온갖 편법을 묵인하고, 교수 충원율을 높인다는 미명하에 계약직 교원을 양산하는 짓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 교육부 아닌가?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대학들이 맡은 바 교육적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지원과 감시를 대폭 늘려야 한다. 쓸데 없이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간섭이 아니라 학문 자유를 지키기 위한 감시를 말이다.